세계가 사랑하는 와인의 탄생 비화
이번시간에는 세계적으로 너무나도 사랑받고 있는 와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물론 저도 너무 좋아하는 술 중에 하나고요 가격대별, 나라별, 품종별로 너무나도 다양한 종류가 존재합니다. 와인에 대해서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포스팅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와인 어제와 오늘
서아시아에서 유럽으로 널리 보급된 과실주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와인입니다. 현재 와인은 60개국 이상에서 생산되며, 매년 3,000만 kL 이상의 생산량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맥주와 비교하면 약 1/5의 생산량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소비량이 가장 많아 세계 포도 소비의 40%가 이 두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와인은 일찍부터 소비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도 술 문화의 주역 중 하나입니다. 고대부터 있는 이 과실주는 복잡한 맛의 조화와 아름다운 색, 그리고 부케와 아로마로 구성됩니다. 단맛과 신맛, 타닌 성분으로 인한 떫은맛까지 어우러진 와인은 입 안에서 퍼지는 풍부한 바디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단, 오늘날과 달리 예전에는 포도의 부패가 빠르기 때문에 한정된 지역에서만 생산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와인은 풍토를 마시는 것"이라는 속담이 생긴 것입니다. 발효 과정과 숙성 과정에서 풍기는 부케와 아로마, 그리고 포도 자체로 인한 아로마가 복합적인 향기를 낳습니다.
와인의 기원에 대하여
와인의 인기는 높은데, 그 이유 중 하나는 선혈과도 같은 붉은색 때문입니다. 이 색 때문에 사람들은 그 채도에 빠져들고, 붉은 포도주가 거품을 뿜으며 부활하는 것으로 생명과 불멸의 상징을 떠올립니다.
와인 양조법은 코카서스 지방에서 시작되어 이란 북부의 자그로스 산맥에서도 나타납니다. 와인은 기원 전 6,000년에서 기원전 4,000년 사이에 메소포타미아와 고대 이집트로 전파되었습니다. 수메르인은 와인을 '게슈틴'이라고 불렀으며, 이를 신의 피로 생각했습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와인을 만드는 것이 하토르가 인간의 피를 탐하는 것으로 보호하기 위한 일이었다고 전해집니다.
농경의 신 오시리스가 와인을 만들었다고도 전해지며, 이를 지상계를 다스리고 인류에게 율법을 가르친 것으로 전통적으로 사랑받았습니다. 오셔이스는 포도를 선반에 와인을 만들어 인류에게 전하려 했고, 이 시기에 명저 "황금가지"에 이에 대한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겨울이 지나 봄이 되어 땅이 다시 태어나는 이야기는 오시리스 신화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것은 와인 제조 과정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집트의 나크트 분묘에서는 포도 따기에서 와인을 만드는 과정까지 그림으로 남아있습니다. 이를 통해 이미 4,000년 전부터 와인이 널리 이용되었음을 알 수 있으며, 이미 알려진 투탕카멘 왕의 항아리에서도 와인이 발견되었다고 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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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하면 빠질 수 없는 신 디오니소스
와인 제조 기술은 이집트를 거쳐 크레타섬과 페니키아의 비블로스 등을 경유하여 지중해 주변 지역으로 전파되었습니다. 그리스에서는 송진을 바른 큰 나무통에서 포도를 발효시키고 허브, 향신료, 진한 바닷물을 넣어 와인으로 만들었습니다. 와인은 동물 가죽이나 암포라라는 저장용 항아리에 넣어 판매되었습니다. 암포라는 양쪽에 손잡이가 달려 있고 바닥 끝 쪽이 뾰족한 특이한 형태의 항아리로 말안장에 걸어 운반했습니다.
그리스인은 수확의 신 디오니소스를 와인의 신이자 명정(酩酊,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술에 몹시 취함-역주)의 신이라고도 생각했습니다. 부활의 힘을 지닌 디오니소스의 피인 와인을 마시면 인간이 건강해지고, 포도가 와인으로 재생되는 소생의 힘을 얻어 풍작이 확실해진다고 믿었습니다. 말라서 죽은 뒤에 다시 새싹을 내고 잎이 풍성하게 자라는 식물을 종교적으로 상징화한 디오니소스를, 와인이 되어 다시 태어나는 포도에 비유한 것입니다. 디오니소스는 매년 겨울에 죽고 봄에 소생하였는데, 주기적인 재생은 죽은 자의 부활과도 동일시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디오니소스 축제에서는 남자도 여자도 와인을 흠뻑 마시며 살아 있는 기쁨에 취했습니다. 디오니소스 축제는 그리스 사회 최대의 경사스러운 행사였습니다. 디오니소스에게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각지를 떠돌던 디오니소스가 아테나 부근의 아티카에서 농부 이카리오스의 대접을 받고, 그 보답으로 포도 재배법과 와인 제조법을 가르쳐주었습니다. 곧바로 와인을 만든 이카리오스는 염소 가죽 주머니에 와인을 넣어 마을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는데, 취기를 처음 경험하자 독을 마셨다고 오해한 마을 사람들이 이카리오스를 살해하였고, 그 딸은 비탄에 빠진 나머지 목을 매달았습니다. 전후 사정을 알게 된 디오니소스는 크게 화를 내며 마을에 있는 모든 딸들을 미치게 만들어 스스로 목을 매게 했다. 그제야 마을 사람들은 오해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신들 때문에 억울하게 죽은 아버지와 딸을 공양했습니다. 이후 디오니소스도 노여움을 풀고 그 땅을 포도의 산지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와인의 불명예 - 밀려난 빵
이탈리아반도는 지중해 중앙부에 위치하여 오랫동안 변방의 땅으로 여겨졌습니다. 이로 인해 로마로 와인이 전해지게 되는 시기가 늦어졌으며, 로마인들은 외부 세계의 이국적인 음료로 간주하게 되었습니다. 초기 로마에서는 와인이 귀중품으로 여겨졌으며, 서른 살 이하의 남성과 부인은 마시는 것이 금지되었습니다. 카이사르 시대에도 와인은 고가였고, 상인들은 와인값 한 암포라에 노예 한 명을 치환할 정도였습니다.
당시 와인은 걸쭉한 탁주였으며, 로마에 와인을 전달한 그리스인도 바닷물이나 물, 맥주, 봉밀주를 섞어 마셨다고 합니다. 그리스인은 와인을 섞어 마시는 것이 문화라고 자랑했으며 로마인들도 이를 따라 와인을 두 배에서 세 배의 물로 희석하여 즐겼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문화는 와인의 품질을 떨어뜨리게 되었습니다.
로마 제국의 지중해 세계 제패 이후, 로마인들은 와인을 연회석에 없어서는 안 될 음료로 여겼습니다. 카이사르가 갈리아 원정에서 가져온 켈트인이 사용하는 나무 술통 덕분에 와인의 풍미가 개선되었습니다. 이 술통에 통기성이 있는 덕분에 바깥 공기와 알코올이 미묘하게 접촉되면서 와인의 맛이 한층 더 좋아졌습니다. 로마인들은 와인을 식사의 일부로 여겼으며, 이탈리아인들은 지금도 식사에서 외부 음료를 나눠 마시는 것을 좋게 보지 않습니다.
하지만 와인이 보급되면서 이탈리아반도에서 곡물 부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발생했습니다. 결국 로마인들은 곡물을 이집트나 북아프리카에서 수입해야만 했고, 와인은 부유층을 위한 음료로 선호되게 되었습니다. 부자를 위한 와인이 가난한 자의 식량보다 우선시되는 상황이 발생하였습니다.
서기 91년, 도미티아누스 황제는 제국 내 포도나무의 수를 절반으로 줄이거나, 알프스 이남에 심겨진 포도나무를 모조리 제거하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부유층이 마시는 와인이 사회에 해악을 미치는 모습을 인식한 것이었습니다. 페트로니우스가 손님에게 100년 된 캄파니아 와인을 대접한 것처럼, 와인은 로마 지배층 사이에서 급속도로 보급되었습니다.
예수의 죽음과 부활의 상징인 와인
『구약 성서』에 따르면, 노아가 40일 동안의 대홍수를 이겨낸 뒤 배에서 내려와 포도밭을 시작했고, 와인을 마셔 마음껏 취한 후 천막에서 벌거벗어 잠이 들었다고 합니다. 놀라운 건, 『구약 성서』 창세기에서 와인은 '인간의 기쁨을 줄 수 있는' 것이지만, 한편으로 '덕을 가리는'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노아의 방주 성화를 믿는 분들은 대홍수 끝에 노아의 배가 안착한 흔적을 터키 동부 아라라트산(해발 5,165m)에서 찾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노아가 와인을 즐기고 옷을 벗어 잠든 것에 대한 해석 중의 하나로, 노아가 동물을 희생하는 것을 싫어해 신의 뜻을 따르기 위해 피와 같은 색깔의 와인을 만든 것이라는 추측도 있습니다. 기독교 가르침에서, 와인은 '예수님의 신성한 피', '하느님의 나라를 상징하는 음료'라고 여겨지고 있습니다. 포도를 따서 압착하고 발효시킨 와인은 예수님의 시련, 죽음, 그리고 부활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숨을 거둔 순간을 새기는 전례 미사는 원래 공식 일원들이 참석하는 행사였지만, 8세기부터는 수도원 내에서 개인 미사를 지낼 수 있게 됐습니다. 미사에는 성체를 상징하는 빵과 예수의 신성한 피를 상징하는 고품질 와인이 필요합니다. 이런 종교적 의미 때문에 수도원들은 열심히 좋은 와인을 만드는 데 애썼습니다.
한편으로도 당시 유럽의 식량 부족때문에 그 배경을 볼 수 있습니다. 당시 교회와 수도원은 여행자들이 휴식할 여관 역할도 했는데, 그들을 모시는 음식이 좋은 와인밖에 없었습니다. 행운이었던 것은 포도는 거친 토양에서도 자라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서유럽의 시원한 기후에서 포도를 재배하는 것은 거의 한계에 다다른 환경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어려운 환경과의 사투는 오히려 품질 좋은 와인을 만들어냈습니다. 유명한 부르고뉴 와인을 만드는 시트 수도회 수도사들은 포도밭 경작에 일생을 바쳤습니다. '몽라셰(Montrachet, 민둥산)', '레 페리에르(Les Perrieres, 쓰레기 토지)' 같은 포도원은 그들의 노력이 계승됩니다. 힘든 노동으로 인해 수도사들의 수명도 단축됐으며, 평균 수명은 겨우 28세라는 기록도 남아있습니다.
이상으로 와인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풀어봤습니다. 앞으로도 와인 외 다양한 주류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나갈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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