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번 위스키 알고 마시면 더 맛있다
이번에는 버번 위스키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합니다. 단순히 버번의 정의로 끝나는 것아 아니라 버번의 탄생 배경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알아두면 조금 더 술자리가 좋아질 거라 생각합니다.
위스키가 쏘아 올린 작은 공
미국은 서부 개척을 빠르게 진행하며 공인된 대륙 국가로 성장하였습니다. 미국은 프런티어(서부개척시대 개척지와 미개척지의 경계를 뜻하는 말로 "지금까지 인간의 발이 닿지 않은 미개척지"를 뜻함) 정신을 표현해 자부심을 갖게 한 동시에, 서부 영토를 원주민들로부터 강탈하여 폭력적으로 억압한 야만적 측면을 나타냅니다. 이는 미국 문화가 가진 양면의 성격을 보여줍니다.
개척자들은 한 손엔 자신을 보호할 라이플을 들고, 다른 손엔 개척에 필요한 도구와 옥수수 씨를 담은 부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옥수수는 거친 땅에서도 번성하는 놀라운 생명력을 지닌 식물로 개척 과정에서 필수적이었습니다. 한편, 휴식을 원하는 개척자들에게서 술이 자주 이용되었습니다. 그러나 옥수수로 만든 위스키 '버번(Bourbon)'이 처음 등장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렸습니다.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에서 온 이민자들이 처음에는 유럽의 전통 술 문화에 따라 호밀과 보리로 위스키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충분한 곡물 공급 덕분에 펜실베이니아를 중심으로 위스키 생산에 활력이 생겼습니다.
그러던 중 독립전쟁이 발생하였습니다. 영국 정부는 미국 식민지에 공장 건설을 실행하지 않았으며, 영국에서 수입이 필수적인 체제를 구축하였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 민병대는 무기와 탄약이 무척 부족하였고, 프랑스 부르봉 왕조와의 동맹을 통해 독립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독립 이후인 1794년에 '위스키 반란(The Whiskey Rebellion)'이라는 미국 최초의 민간 반란이 발생하였습니다. 독립전쟁 중 지출이 컸던 정부는 전쟁 후 경제 회복을 도모하기 위해서 1791년에 위스키에 대한 과세를 도입하였습니다. 당시 국산 스피릿(Spirit)에는 갤런당 원료 별로 9%에서 30%의 과세율이 적용되었습니다. 이러한 정책으로 인해 가장 큰 손해를 입은 곳은 펜실베이니아주의 5,000여 개의 작은 양조 농촌이었습니다. 펜실베이니아 서부의 곡물 농가들은 주로 위스키 제조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였으나, 위스키에 대한 세금 부과는 그들의 생계에 상당한 타격을 입혔습니다. 농민들은 불만을 표출하며 영국 정부의 일방적인 세금 부과와 유사한 일이 미국 정부에 의해 되풀이되자 분노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연방 정부 공무원이 폭력에 휘말리며 주 정부 세금 감사관의 집까지 화재로 파괴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펜실베이니아주 서부의 위스키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재임 중인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 1789~1797)과 그의 군대는 포트 컴벌랜드 인근으로 행진해 민병대를 투입했습니다. 많은 농민들을 체포하여 봉기를 진압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체포된 농민들은 증거 부족으로 석방되었고, 반역죄로 선고된 두 명 또한 대통령의 사면을 받았습니다. 정부는 농민들을 추가로 자극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위스키 세금을 부당하다고 생각했던 일부 사람들은 반란이 끝난 후 켄터키와 테네시로 이주했습니다. 위스키 과세는 철회되었고, 남북전쟁이 발발할 때까지 다시 부과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과 제3대 대통령인 토마스 제퍼슨 역시 원래 위스키 증류 업체에서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을 독립에 힘을 실어준 프랑스 부르봉 왕조
1789년, 프랑스 혁명이 일어난 동시에 미국의 합중국 헌법이 발효되어 조지 워싱턴이 초대 대통령으로 취임하게 되었습니다. 이 같은 해에 옥수수 술 버번의 역사도 시작되었는데, 프랑스혁명과 미국 자유의 상징인 아이러니한 부르봉 왕가의 이름을 딴 술 버번이 출시되었습니다.
당시 켄터키의 버번 카운티에 사는 엘리자 크레이그 목사는, 옥수수를 주재료로 한 증류주를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이 발견은 우연한 사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어느 날 크레이그는 불에 그을린 술통 안에 위스키를 보관했고, 이로 인해 독특한 붉은색과 맛 좋은 위스키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발견이 후에 미국에 불에 그을린 술통에서 숙성하는 위스키 제조법이 확산되면서, 붉은색과 탄 맛을 가진 '버번위스키(Bourbon whiskey)'가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엘리자 크레이그는 이 과정으로 인해 버번의 창시자로 추앙받게 되었습니다.
한편, 오하이오강 남쪽의 켄터키 지역에 처음 탐험한 유럽인은 프랑스의 르네 로베르 카발리에 드 라살로, 1669년이었습니다. 그는 이름을 루이 14세의 것에서 따온 '루이지애나(Louisiana)' 지명을 정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1774년에는 제임스 해로드를 중심으로 한 개척자들이 켄터키 남서부의 해러즈버그(Harrodsburg)를 건설하며 본격적인 개척이 시작되었습니다. 켄터키라는 지명은 초원 지대를 뜻하는 체로키어에서 유래되었습니다. 버번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시기는 켄터키 개척이 시작된 지 약 15년 후였으며, 버번은 거친 프런티어 정신에서 탄생한 위스키로 기억됩니다.
지명에서 이름을 따온 비튼(Bourbon)의 브랜드명도 미국 독립전쟁을 지원했던 프랑스의 부르봉(Bourbon) 왕가에서 유래되었습니다. 당시 부르봉 왕가는 매우 인기 있었고, 프랑스풍 지명을 개척지에 붙이는 것이 유행이었습니다.
1785년에 제퍼슨의 제안으로 버번이라는 지명은 요크타운(Yorktown) 전투에서 워싱턴의 미군을 도운 프랑스의 로샹보(Rochambeau) 장군과 루이 16세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붙여졌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기묘한 것이, 프랑스 혁명이 발생한 해에 민중에게 타도 대상이 된 왕가의 이름을 딴 위스키가 미국 서부에서 만들어지고 합중국의 국민 술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이는 현대적 인식으로 미국 독립전쟁과 프랑스혁명에 관한 평가를 기반으로 한 것일 뿐, 당시 사람들은 다른 생각을 가졌습니다. 추가로 버번위스키는 켄터키주의 이름을 따서 '켄터키 위스키'로도 불립니다.
버번인가? 테네시인가?
버번 제조법은 미합중국의 술 제조법에서 엄밀히 규정되어 있습니다.
버번 제조에 필요한 다섯 가지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원료 중 옥수수 비율이 51% 이상일 것
② 섭씨 80도 이하에서 증류할 것
③ 저장조에서 빼낼 때 알코올 도수가 40도 이상, 62.5도 이하일 것
④ 내부를 불로 그슬린 화이트 오크통에서 최소 2년 동안 숙성시킬 것
⑤ 병입 시 섭씨 40도 이상일 것
1835년 영국에서 켄터키로 이주한 제임스 크로는 화이트 오크통에서 숙성한 '스트레이트 버번위스키'를 만들어 미국의 국민 위스키로 인정되게 했습니다. 그의 이름을 딴 '올드 크로(Old Crow)'는 여전히 명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1855년에는 독보적인 버번 '와일드 터키(Wild Turkey)'를 선보인 오스틴 니콜스가 식욕을 자극했습니다.
잭 다니엘(Jack Daniel's)은 대표적인 버번이지만, 미국에서는 '테네시 위스키'로 구분됩니다. 1866년 15살의 잭 다니엘은 테네시주 린치버그(Lynchburg)에 증류소를 세웠고, 18살에 사워 매시를 사용한 버번을 개발했습니다. 잭 다니엘은 현재 세계 각지로 수출되는 버번의 대표 주자입니다.
19세기 후반에는 버번이 애국심을 자극하는 인상적인 광고로 미국의 국민 술 지위를 확립했습니다. 광고 문구는 프랑스인에겐 브랜디, 네덜란드인에겐 진, 아일랜드인에겐 위스키, 영국인에겐 흑맥주가 있는데, 미국에는 국민 술이 왜 없을까? 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사용했습니다. 역시 마케팅의 건국, 미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버번 위스키 역사에 대해 알아봤다면 진정한 미국 버번 위스키 종류 및 대표 위스키에 대해 알고 싶다면 아래 이전글도 확인 바랍니다.
2023.01.29 - [주류 이야기] - 아메리칸 위스키(American Whiskey)의 종류
2023.02.14 - [주류 이야기] - 입문자를 위한 위스키(Whiskey) 추천 (feat, 싱글몰트, 버번, 블렌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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