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대표 술인 데낄라에 대해 알아보자
아스테카 문명의 위대한 유산 데킬라
스페인 정복자 코르테스가 매료된 술
대서양을 건너 카리브 해역으로 진출한 스페인인은 이후로 아메리카 대륙에서 독특한 술 문화와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1518년에는 쿠바에서 출발한 헤르난도 코르테스(Hernando Cortés)가 500여 명의 병사, 200여 명의 선원, 14문의 대포, 그리고 16마리의 말을 이끌고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1519년부터 1522년까지 멕시코 고원에 위치한 아스테카(Azteca) 왕국을 정복하였습니다.
당시 아스테카 왕국은 약 2,500만 명의 인구를 가지고 있었으며, 이는 당시 프랑스 인구보다도 많은 수치였습니다. 수도인 테노치티틀란(Tenochtitlan)은 테스코코 호수의 인공섬 위에 건설되었으며, 일일 평균적으로 약 2만에서 2만 5천 명이 모이는 활기찬 시장으로 유명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정복자 코르테스가 기록해 두었습니다.
9개월 동안 치열한 전쟁을 벌인 결과, 스페인인 코르테스는 대도시 테노치티틀란을 함락시켜 엄청난 부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서른여섯 살이던 코르테스는 승자로서 크게 자아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가 경이롭게 여길 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이스타크 오크토리(백색주)'라 불리는 아스테카의 술입니다. 이 술은 마게이(Maguey)라 불리는 식물로부터 추출된 수액으로 만들어진 신성한 음료였으며 신에게 바치기 위해 사용되었습니다. 축제 기간 외에는 성장한 양조사나 종교 관계자들, 혹은 전사들만 해당 술을 마실 수 있었습니다. 만약 무단으로 이 술을 마셨다면 처음에는 채찍질 맞고 두 번째는 마을에서 추방되며 여러 번 걸리면 사형을 당했다고 합니다.
생쥐로부터 발견된 용설란으로 만드는 풀케
멕시코의 양조주인 '풀케(pulque)'는 독특한 제조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멕시코 중앙 고원에 분포하는 다육성 용설란인 '아가베 아트로 비렌스(Agave atrovirens)'는 뿌리의 폭이 30cm, 높이가 2m에 달하며 끝부분이 검처럼 예리합니다. 이 용설란은 수십 년에 한 번씩 10m 정도의 이삭을 내고 꽃을 피우게 됩니다. 꽃이 피는 시기에 이삭을 잡아 뽑으면 오목한 자리에서 액체가 나오게 되는데, 이 액체는 신 맛이 나며 달고 부드러운 술로 채워집니다. 이 액체를 모아 자연 발효시킨 결과, 풀케라고 불리는 알코올 도수 5~6도 정도의 매끈한 술이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풀케는 변질되기 쉬워 일주일 정도 지나면 마실 수 없게 됩니다. 따라서 부패하기 쉬운 음료인 야자술과 유사한 점이 있습니다.
풀케의 기원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어느 날 어떤 사람은 용설란을 갉아먹던 생쥐를 발견하였습니다. 그래서 생각하여 다른 생쥐들의 굴을 조사해 보니 모든 굴에서도 비슷한 액체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용설란의 오목한 자리에서 나오던 액체를 모아 상태를 확인해 보니 발효되어 맛있는 술로 변하는 것을 발견하였다고 합니다.
16세기에 신대륙으로 여행한 선교사 아코스타(Acosta)는 용설란에 대해 "용설란은 경이로운 나무입니다. 이 나무에서는 물, 술, 기름, 식초, 꿀, 시럽, 실, 바늘 등 다양한 것들을 얻어낼 수 있습니다. 신대륙으로 온 사람들은 항상 그것을 기적으로 여겼다"라고 말하였습니다.
풀케를 증류하여 탄생시킨 데킬라
풀케 제조법을 전승하고, 스페인인들이 도입한 증류기를 사용하여 증류한 도수 45도의 술이 테킬라입니다. 데킬라는 멕시코와 유럽의 술 문화가 융합된 음료로 볼 수 있습니다. 데킬라는 마게이 식물의 줄기를 증기 가마에 넣어 가열하여 즙을 추출하고, 이를 발효시킨 후 증류하여 만들어집니다.
데킬라라는 명칭은 같은 이름을 가진 마을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데킬라 마을은 멕시코시티로부터 약 70km 떨어진 고원에 위치해 있으며, 데킬라 술의 기원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18세기 중반 경에 멕시코 서북부 하리스코주의 데킬라 마을 인근에서 대규모 산불이 발생하여 많은 용설란 식물이 검게 탔다고 합니다. 주변 마을 주민들이 이 사건을 확인하기 위해 산으로 올라갔는데, 그곳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향긋한 향기가 퍼져나오며 검게 탄 용설란 식물을 부셔보았다고 합니다. 그 결과 갈색으로 달고 향긋한 즙이 나오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데킬라 마을에서 술 제조를 시작하였다고 전해집니다.
세계인이 사랑하는 유쾌한 데킬라 음주법
데킬라를 제조하기 위해서는 먼저 '아가베 아즐 테킬라나(Agave Azul Tequilana)'라는 용설란을 준비해야 합니다. 이 용설란은 무게가 30kg에서 40kg에 이르며, 거대한 알줄기 부분을 파묻혀 있는 흙에서 채취한 후 반으로 갈라서 증기 가마에 넣고 찐 다음 롤러로 압착하여 액즙을 짜내야 합니다. 그런 다음 이 액즙을 탱크에 담아 발효시키고, 단식 증류기를 사용하여 두 번 증류하여 알코올 농도가 50도에서 55도인 증류액만 여과합니다. 그리고 이것을 오크통에 물과 함께 옮겨 담아 2년에서 5년 동안 숙성시킨 후 병에 담아 완성합니다. 처음에는 무색이지만, 오크통에서 2년 이상 숙성되면 완벽한 호박색으로 변합니다.
데킬라를 마시는 방법은 정말 유쾌합니다. 레몬이나 라임을 동그랗게 자르고 엄지와 검지로 잡은 손가락 사이 밑동 부분에 소금을 올립니다. 그리고 입 안으로 신맛이 나는 과일 조각을 넣고 소금을 핥은 후 원샷으로 데킬라를 마십니다. 좋은 맛과 함께 소금 위에 붉은 나비 유충인 '티니퀼(Tequila worm)'의 분말을 태워 넣으면 좋다고 합니다. 이러한 음주 방식과 함께, 1968년 멕시코 올림픽의 계기로 인해 데킬라는 한 때 유명세를 얻었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많은 양의 술로 섭취하는 것이 아니라 식전주로 한두 잔 정도 마시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데킬라가 처음 세상에 알려지게 된 계기는 ‘마르가리타(Margarita)’라는 매력적인 이름을 가진 칵테일의 폭발적인 유행 때문이다. 데킬라를 베이스로, 라임 과즙과 쿠앵트로(Cointreau, 오렌지 리큐어)를 섞어 얼음과 함께 믹서로 갈아, 끝을 물로 적셔 소금을 묻힌 글라스로 마시는 이 칵테일은 1949년에 로스앤젤레스의 바텐더가 경연에서 발표한 것이다. 마르가리타는 수렵 중의 사고로 사망한 첫사랑의 이름을 붙인 것인데, 애틋한 사연 때문인지 독한 칵테일임에도 불구하고 로맨틱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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